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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세상의 이치)와 신경

뇌 속의 신체지도

by Poblor(파블러) 2017.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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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속의 신체지도

샌드라 블레이크슬리, 매슈 블레이크슬리/정병선 옮김



몸의 개요(body schema)라고 할 수 있는 기존의 신체지도는 몸의 신체적 특성에 기초해서 우리가 느끼는 감각이다. 

신체상(body image)이라고 할 수 있는 새로운 신체지도는 몸과 관련해 우리가 학습하는 태도에서 생겨난다. 

자기수용감각(proprioception)이란 말 그대로 '자신을 지각한다'는 의미다. 


몸 개요는 생리적 구성물이다. 뇌에서 촉각, 시각, 자기수용감각, 평형감각, 청각 정보가 상호작용해 몸 개요가 만들어진다. 

영국의 신경학자들인 헨리 헤드 경과 고든 홈스가 1911년에 최초로 '몸 개요'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내적으로 '스스로 조직화한 모형'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옷을 입으면 놀랍게도 몸 개요가 확장된다.

후두정엽피질(posterior parietal cortex)에는 몸과 몸 주변 공간지도들이 가득하다. 온갖 주요 감각기관들에서 보내온 정보가 고도로 가공되어, 후두정엽에서 만난다. 촉각, 자기수용감각, 시각, 청각, 평형감각 정보가 모여드는 것이다. 전두엽 운동지도에서 비롯한 동작 및 행동 계획 정보도 끊임없이 이곳으로 유입된다. 아마 뇌의 다른 어떤 영역보다 이 부위가 더 넓은 세계 속에서 자아가 구현되도록 하는 데 핵심적인 중추로 작용할 것이다. 두정엽의 뉴런은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들 및 몸이 주변 환경과 맺는 관계에 주된 관심을 갖는다. 몸 개요가 옷이나 다른 대상들과 접촉하는 몸의 운동에서 비롯한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라. 


신체상은 대개는 무의식적인 몸 개요와 다르다. 신체상은 더 의식적으로 자각된 몸이다. 스스로가 자기 몸을 어떻게 보는지, 본인이 스스로를 외부 세계에 어떻게 제시하는지 보여준다. 옷을 입고, 동작이나 자세를 취하고, 움직이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방식 등 스스로가 자기 몸을 경험하는 양상에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태도인 셈이다. 신체상도 몸 개요처럼 뇌에 있는 여러 신체지도들에 그 토대를 두고 있다. 몸 개요는 특화된 회로들에 더 국한된 반면 신체상을 구성하는 요소들-예컨대, 스스로가 몸에 대해 갖는 생각들-은 뇌 전역에 더 광범위하게 분포한다. 

기억이 저장되는 곳이면 어디에나 신체상이 있다. 이런 믿음은 뇌세포만큼이나 실재하는 것이다. 믿음은 뉴런들의 물리적 상호연결 속에 들어 있고, 뉴런들의 물리적 상호 연결은 경험을 통해 안정된 네트워크로 조직된다. 믿음은 뇌회로에 보존되는 바, 뇌회로는 세계가 작동하는 방식을 당신이 예측하면서 기대할 때 발화한다. 


대뇌피질은 세포가 총 여섯 개 층으로 되어있고, 그 각각은 명함 한 장 정도 두께다. 대뇌피질이 소위 저층영역은 원초적 감각 정보를 흡수해 고층 영역으로 전달한다. 이 정보는 여기서 처리되어, 다시 더 고층의 영역으로 전달된다. 하지만 모든 게 '합쳐지는'궁극의 최상위 영역이란 없다. 실상은 이와는 정반대다. 정보가 고등 영역에 도달해도 하위 위계로 되먹임 된다 .해부학자들이 밝혀낸 바는 이렇다. 대뇌피질 대부분에서 상위 위계로 정보를 전달하는 섬유당 무려 열 개의 섬유가 가공된 정보를 다시 하위 위계로 운반한다. 

학자들은 이 거대한 되먹임 구조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여전히 탐구중이다. 마음은 작동하면서 예측을 한다. 인식은 수동적 흡수 과정이 아니라 능동적 구성 과정이다. 뭔가를 보거나 듣거나 느낄 때 입력되는 정보는 항상 파편적이고 모호하다. 뇌는 입력 정보를 이미 알거나 기대하거나 믿는 것과 끊임없이 비교한다. 고등 영역이 입력된 값을 파악하면, "그래, 전에 보았던 거로군"하며 그 정보는 하위 영역으로 되먹임 되고, 당신이 정말로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확인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에 이런 과정은 단순한 확인 절차를 뛰어넘는다. 되먹임 된 예측이나 생각 때문에 실제로는 상위 위계로 흘러가는 정보가 바뀐다. 정보는 대뇌피질의 위계에서 시종일관 '역진'한다. 이 사실을 통해 예측과 생각이 의식의 주체를 배반하기도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사람들은 대개 기대와 믿음에 따라 실재를 구성하고, 파악한다. 기대와 믿음은 과거 경험 전부에 토대를 둔다. 과거의 경험은 대뇌피질에 예측용 기억으로 저장된다.

 

'신체상'이라는 용어는 1935년 폴 실더가 처음 도입했다. 

'몸 개요'라는 개념만으로는 몸이 경험하는 것의 본질을 온전히 파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신체상은 몸 자체와 몸이 어떻게 비치는지와 관련해 우리가 갖는 정신적 그림이다. 신체상은 스스로한테 갖는 일련의 믿음들로, 심리적으로 구성된 개념이다. 

몸 개요가 움직이는 신체 각 부위의 함수임에 반해 신체상은 개인이 평생에 걸쳐서 한 일련의 경험과 기억을 수반하는 더 커다란 관계망에 좌우된다. 신체상은 믿음들이 혼합된 것이다. 태도, 가정, 기대인 셈이며 가끔씩 착각이 개입하기도 한다. 날씬해졌어도 살을 뺀 몸 내부에 갇힌 뚱뚱한 신체상이 승리를 거둔다. 믿음이 장악해버린 신체상은 바뀌지 않았다. 


몸맹(body-blindness)과 같이 자신의 육체와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에 자주 놀란다. 

내부에서부터 각자의 몸을 경험하도록 하는 방법이 동원된다. 델라 페너가 고안한 자기수용감각과 평형감각 훈련법은 미세한 신경근 반응을 촉발하도록 설계되었다. 

신체지도의 관점에서 보면 와블보드야말로 몸 개요를 수리할 수 있는 효과적인 첫 단추인 셈이다. 여기에는 전정피질을 자극하는 방법이 동원된다. 균형 잡기에 관심을 집중하면 몸 개요를 무시할 수가 없다. 


러바인은 이런 통찰을 바탕으로 신체로 경험하기(somatic experiencing)라는 방법론이자 체계를 개발했다. 그는 '신체심리학'(somatic psychology)이라불리게 되는 학문을 개척한다. 사람들은 이 치료법을 통해 구속당한 에너지를 주도적 통제하에 서서히 방출할 수 있다. 몸이 과거에 느꼈던 기분을 추적해 그렇게 한다. 

신체심리학의 치료법은 몸의 관한 믿음, 곧 신체상을 직접 다루지 않는다 .

신체심리치료는 몸의 느낌을 정신적 외상 치료의 핵심적 수단으로 활용한다. 신체심리치료도 와블보드처럼 신체지도를 재조정한다. 안에서부터 스스로를 느끼게 하는 게 이 요법의 목표다. 


운동선수들의 '정신훈련'(mental training)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에 참가한 스웨덴 대표팀은 결승전 진출자의 절반 이상, 3위 입상자의 3분의 2가 정신훈련을 받았다. 정신훈련이라는 게 지침이 광범위할 뿐 아니라 뒤죽박죽된 기술이다. 선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너무 많았다. 상징적 예행연습, 모델링, 내밀한 연습, 인지적 예행연습, 상상 연습, 환각, 최면, 시각 운동 훈련, 생각 운동 훈련, 암시 연습, 의자 훈련 등등. 

운동형상화는 실시간으로 운동이 일어나듯 뇌의 운동 기제가 펼쳐지는, 일종의 오프라인 가동인 셈이다. 

신체훈련과 똑같이 신체지도를 바꾸어주는 기술은 운동형상화뿐이다. 시각형상화, 긴장 풀기, 최면, 자기 확신, 기도, 기타 기술도 한두 가지 면에서 도움이 되기는 할 터다. 하지만 이중 어떤 것도 운동지도를 바꾸지는 못한다. 스트라우브의 다트 실험에서 성적이 가장 크게 향상된 피험자 집단은 운동형상화를 수행한 학생들이었다. 


팔다리를 실제로 움직인다고 해보자. 신호들이 근육에 전해지고, 근육이 움직이며, 뇌는 촉각수용기 및 자기수용기의 피드백을 받는다. 몸 만다라가 이것을 통합하고, 당신은 몸으로 운동을 감지한다. 

그러나 운동형상화시에는 근육으로 신호가 전혀 안 간다. 신호는 그러시가 emulator라고 칭한 것을 거칠 뿐이다. 작업행동(motor action)을 흉내 내는 뇌회로를 모방(emulator) 기제라고 한다. 신이 이 회로를 끌어다 쓰면 뇌가 실제 운동의 믿음직한 복제본을 경험한다. 가짜자기수용의 실체인 셈이다. 

왜 모방 기제가 있는 것일까? 모방 기제가 없으면 가망 없는 얼간이가 되리라는 게 한 가지 이유다. 환경은 끊임없이 그것도 빠르게 변한다. 복잡한 환경에 대응하려면 주변 세계에서 벌어지는 사태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전기 자극으로 운반되는 이 운동 명령이 척수를 타고 이동해 손까지 닿는 데는 10분의 1초가 걸린다. 예측에 기초해 행동함으로써 지연 시간을 만회하는 것이다. 지각과 행동은 예측을 내재하고 있다. 뇌는 몸과 주변 세계를 마음으로 모형화한다. 감각기관이 보내온 새로운 정보가 이 모형들을 끊임없이 갱신한다. 뇌는 이를 바탕으로 계속해서 예측을 한다. 


숙달된 동작을 상상하자 실제 동작을 취할 때 활성화하는 뇌 영역이 동일하게 발화했다. 기본운동피질 말고 행동을 계획하는 부위 말이다. 로스는 우수한 골퍼가 하수보다 뇌에서 에너지를 덜 사용함도 확인했다. 골프를 잘 칠수록 뇌가 더 효율적으로 게임을 하는 셈이다. 

반드시 숙달해야 하는 복잡한 '운동' 기술은 어렸을 때의 신체지도들에 깊숙이 내장되어 있다. 

감독들은 초보 단계에서 운동형상화를 시도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운동이 부드럽고, 반사적이며, 동조되고, 조정될 때 형상화를 유용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 


손목 골절상을 입은 사람의 3분의 1은 복합부위통증증후군(complex regional pain syndrome, CRPS)을 앓는다. 깁스를 하는 동안 뇌가 손목한테 움직이라는 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손목은 고정되어 있다. 근육과 관절은 명령을 따를 수 없고, 비정상가소성이 침투한다. 아프다는 신호가 뇌로 전송된다. 깁스를 제거해도 학습된 고통이 잔상처럼 남는 셈이다. 

거울상자로 치료 가능하다. 작동원리는 상태가 양호한 팔을 상자에 집어넣는다. 이 상자에는 팔이 두 개인 것처럼 보이도록 거울이 달려 있다. 양호한 상태의 팔 하나와 그 양호한 팔을 비춘 거울상, 이렇게 두 개. 통증에 시달리는 팔은 거울 뒤쪽에 둔다. 이렇게 하면 통증에 시달리는 팔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다. 하지만 거울에 비친 양호한 상태의 팔을 자기수용적으로 존재할 만한 곳에 정확히 두는 조치가 꼭 필요하다. 

이제 양호한 상태의 팔과 손목을 움직이도록 한다. 관현악단을 지휘하거나 파리를 때려잡는 것처럼 말이다. 두 개의 건강한 팔이 두 눈에 똑똑히 보인다. 여러 주에 걸쳐 하루에 한두 번씩 거울상자를 활용해 이렇게 부드럽고 율동적인 동작을 반복하면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팔목과 근육과 관절 지도가 다시 정상화되는 것이다. 뇌가 속임수에 당해, 몸 개요를 고쳐놓는 것이다. 다친 손목의 통증도 감쪽같이 사라진다.  


프리는 뇌졸중 환자들의 이 고등운동영역이 손상되지 않고 온전한지 알아내는 다양한 운동형상화 과제를 고안했다. 환자들은 핸들 같은 대상들이 이런저런 3차원 방향으로 진열된 그림을 본다. 환자들은 어떻게 해야 가장 편한 자세로 대상을 붙잡을 수 있겠는지 상상해보라는 요구를 받는다. 

프리는 기초 연구 단계에서 환자 세 명을 모집했다. 1-5년 동안 팔을 쓰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자택의 커다란 모니터에 여러가지 물체의 이미지가 제시되었고, 노인은 마음속 운동형상화를 수행해 대상을 붙잡을 방법을 연습했다. 하루 한 시간 동안, 일주일에 5일, 9주간 이 활동을 수행.

피험자 세 명 전원이 마음의 눈으로는 정상 손의 생체역학과 일치하는 팔 운동을 정확하게 모의실험(simulation) 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세 명이 운동을 상상할 때 뇌를 촬영해보았더니 운동을 본뜨고 기획하는 고등 영역'외곽 회로'가 밝게 빛났다. 

뇌졸중으로 기본운동지도가 손상될 수 있다. 그 자체가 손상되는가 하면, 더 광범위한 회로가 그로 인해 망가지기도 한다. 뇌는 팔에 지령을 내리지 못하고, 팔 역시 뇌로 피드백 신호를 못 보낸다. 운동형상화를 활용해 손상된 기본운동지도의 가소 변화를 유도하면 어떨까? 운동을 형상화하면 뇌가 운동의 연속적 순서를 차례대로 배열할 수 있지 않을까? 마비에서 벗어난 자신을 상상해볼 수도 있는 것 아닐까?

프리 연구진은 이런 생생한 형상화에 반응해 피험자들이 과연 변할지, 또 얼마나 변할지 알아보기 위해 그들의 운동지도를 시간을 두고 연구할 예정이다. 


제니퍼 스티븐스는 뇌졸중 환자들에게 거울상자를 이용해 비슷한 실험을 하고 있다. 사람들은 뇌졸중이 오면 대개 균형 잡힌 동작을 취하지 못한다. 그들이 팔지도를 부분적으로 활용하는 것 같다고 스트븐스는 말한다. 거울상자를 이용해 동작을 시뮬레이션 하면, 다시 말해 운동을 형상화하면 동작들을 꾸리는 데 필요한 절차와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뇌에 알려줄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손을 물리적으로 최대한 뻗을 수 없다면 뇌 역시도 그 동작을 연습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 시뮬레이션 형상화는 이 문제를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이다. 

뇌졸중 환자는 양호한 상태의 팔을 거울상자에 집어넣고, 마비된 팔은 거울 뒤쪽에 둔다 .양호한 팔을 이리저리 움직이면 별안간 마비된 팔이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뇌로 전달되는 이 시각 피드백은 몸 만다라에 스며들어, 잠들어버린 팔과 손지도의 자기수용감각을 추동할 만큼 확실하다. 

형상화 집단은 근육을 단 한 번도 움직이지 않았지만 작업요법 집단만큼이나 잘해냈다. 스티븐스의 말을 들어보자. 다친 뉴런들은 다시 연결될 어딘가를 찾고 있고, 운동형상화와 거울상자가 이 모색과 시도를 가능케 해준다. 

이런 개입 방법은 집에서 활용하기에 최고이다. 가상현실을 이용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과학자들은 두정엽이 다감각 중추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과거의 관점에 따르면 촉각 정보는 기본 촉각피질을 통해 유입되고, 시각 정보는 기본시각피질을 통해 유입되며, 소리 정보는 기본청각피질을 통해 유입되었다. 이렇게 유입된 엄청난 양의 정보가 모여서 섞인다. 그렇게 통합된 정보가 운동 네트워크로 전송된다. 이 정보가 계획과 행동의 토대가 된다는 것이 옛날 관점이다. 

이 모형은 너무 단순화되어 있다. 두정엽의 감각지도가 사실상 운동중추이기도 하다는 게 밝혀졌다. 두정엽은 전두엽의 운동계와 대규모로 직접 연결되어 있다. 두정엽의 감각지도는 전두엽의 운동계에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운동에 직접 관여한다. 두정엽의 운동지도는 시각, 청각, 촉각, 평형 및 그 외 감각 정보를 운동 의사와 실제 행동으로 변환한다. 두정엽이 감각계인 것만은 아니다 전두엽도 운동계인 것만은 아니다. 신체의 감각과 행동은, 마치 동전의 앞뒤처럼 서로 다르지만 떼려야 뗄 수 없는 두 개의 측면을 지닌 단일한 감각으로 볼 때 가장 잘 이해된다. 


마음이론; 생각과 동기가 남한테서 기인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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