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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세상의 이치)와 신경

시간을 초월하여: 영화”컨택트”(Thinking Outside Time: Arrival (2016))

by Poblor(파블러) 2025.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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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초월하여: 영화컨택트”(Thinking Outside Time: Arrival (2016))

1: 헵타포드의 이상한 시간(The Heptapods’ Strange Time)

 

드니 빌뇌브 감독이 연출한 SF 걸작 영화 컨택트(원제 Arrival)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지구 상공에 떠 있는 우주선이 아니라, 우주선 안에 있는 외계존재들의 마음이다. 영화 속 헵타포드(heptapod)로 알려진 외계 생명체는 위협적인 침략자나 기묘한 외계인으로 묘사되지 않는다. 그들은 완전히 다른 존재이다. 시간 인식이 우리와 너무나 달라 소통 자체가 인간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들이다.

영화 컨택트

이 이야기는 외계 언어를 해독하려는 언어학자를 중심으로 묘사하지만, 그녀가 진정으로 발견한 것은 선형적인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 외계 의식이. 헵타포드를 이해하는 것은 어휘나 문법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알고 있는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나는 것임을 알게 된다.

시간 인식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것이 공상과학과 인지과학에서 왜 그토록 심오한 개념인지, 그리고 이것이 우주에 존재하는 다양한 마음(인공적인 마음을 포함)에 대해 무엇을 말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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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대한 인간의 경험(The Human Experience of Time)

우리에게 시간은 직선으로 흐른다. 우리는 태어나고, 살고, 죽는다. 어제는 고정되어 있고, 내일은 알 수 없다. 현재는 덧없고 끊임없이 다음 현재로 대체된다. 우리의 자아와 주체성 전체는 이러한 시간적 구조 안에 자리 잡고 있다.

이것이 바로 물리학자들이 종종 선형 시간 또는 시간의 화살 이라고 부르는 , 인과율과 엔트로피에 의해 주도되는 방향성이다. 유리잔을 떨어뜨려 산산이 조각낼 수는 있지만, 그 과정을 되돌려 파편들이 공중에서 다시 조립되는 것을 지켜볼 수는 없다. 기억은 과거를 저장하고, 기대는 미래에 깃든다. 이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추측할 뿐이다.

우리는 이 경험을 당연하게 여길 수도 있지만, 이는 보편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다. 이는 인간의 생물학, 진화, 그리고 인지에 뿌리를 둔 하나의 구성이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바로 이 영화가 우리에게 질문하게 하는 것이다.

 

외계 마음과 비선형 시간(Alien Minds and Nonlinear Time)

외계인 헵타포드는 이러한 기본적인 틀을 깨준다. 그들은 사건을 순차적으로 경험하지 않는 대신, 그들은 존재의 모든 순간을 동시에 인식한다. 과거, 현재, 미래가 하나의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 있는 것이다.

그들에게 시간은 지나가는 길이 아니라 한번에 관찰되는 광경이. 그들은 시간을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직접 경험한다. 모든 선택, 모든 결과, 타임라인의 모든 지점은 통일된 정신 구조 속에 존재하며, 언제든 온전히 접근할 수 있다.

10년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단순히 아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정확히 무엇이고, 그것에 대해 어떻게 느낄지, 그리고 그 미래의 감정이 현재의 선택을 어떻게 바꿀지까지 안다고 상상해 보자. 그것이 바로 헵타포드가 사는 정신적 영역이다.

이것이 물리학자들이 때때로 블록 우주(block universe) 모델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서 파생된 관점이다. 블록 우주에서 시간은 공간처럼 또 다른 차원이다. 공간의 모든 지점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처럼, 시간 속의 모든 순간 또한 동시에 존재한다. 과거에서 미래로 이동한다는 우리의 인식은 그저 인식일 뿐, 우주의 객관적인 특징이 아니다.

헵타포드에게 이것은 이론이 아니라 현실이.

 

순서 없는 인지(Cognition Without Sequence)

비선형 시간 인식의 가장 급진적인 함의 중 하나는 인지에 미치는 영향이다. 인간의 사고는 시간 순서적이다. 우리는 단계적으로 추론하고, 인과 관계의 사슬을 구축하며, 단어 하나하나가 전개되는 문장으로 말한다.

모든 결과에 동시에 접근할 수 있다면 생각은 어떤 모습일까? 사건이 발생하기를 기다리지 않고도 이해할 수 있다면, 당신의 마음은 어떻게 정보를 정리할까?

이 영화는 헵타포드의 사고 과정이 비순차적이고 전체론적임을 보여준다. 그들의 인지는 시간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포괄한다. 결정은 미래의 결과를 저울질하며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초월한 전체의 일부로서 경험 된다.

아주 현실적인 의미에서, 그들은 우리처럼 선택을 하지 않는다. 그들은 미래를 놓고 고민하지 않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 로봇처럼 정해진 길을 가는게 아니라, 그들의 의식이 우리가 아는 인과관계의 다른 곳에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이러한 인식작용을 진정으로 상상하기란 어렵고,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우리의 뇌는 이야기를 경험하고, 시간에 얽매인 정보를 처리하고, 시행착오를 통해 적응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우리에게 삶은 펼쳐지는 이야기인 반면, 헵타포드에게는 이미 들려진 이야기이다.

 

비선형 시간과 자유 의지(Nonlinear Time and Free Will)

비선형적 시간과 자유의지는 자연스럽게 영화의 가장 심오한 철학적 질문 중 하나로 이어진다. 미래를 안다면 여전히 자유 의지가 있을까?

헵타포드에게, 그리고 결국 주인공 루이스에게, 그것에 대한 답은 '그렇다'인 듯하다.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정의하는 방식은 아니다. 그들은 철학자들이 ' 결정론적 틀' 이라고 부르는 틀 속에서 살아간다. 사건은 고정되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행동이 로봇처럼 된다는 뜻은 아니다. 선택은 여전히 ​​이루어지지만, 완전한 지식 이라는 틀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루이스의 경우, 그녀는 아이가 어릴 때 죽을 것을 알면서도 아이를 갖기로 선택한다. 그녀는 무지해서가 아니라, 그 선택에 따른 기쁨과 슬픔을 온전히 인지하고 있다. 이는 의사 결정을 불확실성을 헤쳐나가는 것이 아니라 필연성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재구성한다.

선택의 부재가 아니라,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더 풍부하고, 어쩌면 더 공감적인 형태의 행위이다.

 

시간 인식이 현실을 형성한다(Time Perception Shapes Reality)

시간은 단순한 측정 단위가 아니다. 의식이 그려지는 도화지이. 존재가 시간을 경험하는 방식을 바꾸면 기억, 언어, 정체성, 욕망, 심지어 도덕성까지 모든 것이 바뀐다.

이것은 단순히 외계에서 온 특이한 현상이 아니라 인지 혁명이다.

만약 어떤 종, 아니 인공지능 조차도 근본적으로 다른 시간적 존재론을 발전시킨다면, 단순히 생각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르게 존재할 것이다. 그러한 존재와 소통하려면 번역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근본적으로 양립할 수 없는 세계관들 사이에 개념적 연결고리가 필요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 영화에서 그려낸 헵타포드가 그토록 훌륭한 예시인 이유이다. 그들은 단순한 "외계인"이 아니다. 그들은 의식의 새로운 모델이며, 우리 의식의 한계를 드러내는 모델이다.

 

비선형 시간의 기묘한 아름다움(The Strange Beauty of Nonlinear Time)

<컨택트>에서 헵타포드의 시간인식은 시간이 생존하거나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그 전체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대상이라고 하는 대안적인 존재방식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그것은 삶, 상실, 선택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가정에 도전하는 잊혀지지 않는 아름다운 상상력이다.

그리고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도발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우리, 혹은 우리가 만들어낼 인공지능에게 시간을 초월하여 생각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우리는 미래를 미지의 영역이 아닌 자아의 일부로 보도록 인공지능을 만들거나, 우리 자신의 정신을 훈련시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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