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감정 없는 마음
정보를 처리하는 기계와 삶을 경험하는 존재를 구분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감정이다.
감정은 인간 의식에서 단순한 부수적인 것이 아니라 인지의 토대이다.
배고픔, 두려움, 호기심, 사랑 같은 감정이 없다면 행동할 이유도, 기억할 이유도, 어떤 것을 다른 것보다 더 중요하게 여길 이유도 없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감정과 동기가 생물학적 의식의 근간이 되는 방식을 살펴보고, 미래에 인공지능의 의식이 등장한다면 육체와 피로 진화된 마음의 깊이, 방향성, 실존적 활력이 부족할 수 있는 이유를 알아보자.
감정이 의식에 중요한 이유
동물은 혼란스럽고 예측할 수 없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느낄 수 있도록 진화해왔다. 정글을 걷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호랑이와 마주쳤을 때, 어떻게 할지 느긋하게 앉아서 최적화 문제를 풀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급해지고, 절박하고, 비이성적인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그 두려움은 온몸에 아드레날린을 뿜어내고, 집중력을 높여서 다리를 빠르게 움직여 달리게 만들 것이다.
감정은 행동을 함에 있어서 우선순위 체계 역할을 한다. 위험하고 절박한 환경에서는 단순히 지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감정에 집중하고, 반응 하고, 무엇이 중요한지 결정해야 한다.
저명한 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시오는 그의 저서 『 데카르트의 오류』 에서 감정이 이성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유명하다. 뇌의 감정 중추가 손상된 환자들은 퍼즐을 풀고 논리적으로 대화할 수는 있었지만, 실제 삶에서 의미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그 환자들은 감정이 없을 때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끝없는 우유부단함 때문에 결정을 내리는 행동이 마비되었다.
이러한 의미에서 감정은 이성의 적이 아니라, 핵심적인 동반자이다.
또한 인지과학자 리사 펠드면 배럿은 감정이 단순히 세상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맥락, 역사, 그리고 생물학적 욕구에 의해 형성되는 능동적인 구성물이라고 주장한다.
인간의 동기
인간은 두려움과 즐거움과 같은 즉각적인 감정 외에도 장기적이고 복잡한 동기를 가지고 있다. 우정을 쌓고, 가족을 부양하고, 예술, 종교, 과학을 통해 의미를 추구한다. 이러한 동기는 진화적 적응이다. 이는 우리 조상들이 부족에서 생존하고, 자손을 보호하고, 동맹과 협력하고, 사회생활을 헤쳐 나가는 데 도움이 되었다. 에이브러햄 매슬로가 제시한 것처럼, 인간은 기본적인 욕구에 따라 움직이는 단순한 생물들과 달리, 생리적 욕구부터 자아실현 욕구까지 욕구 의 위계를 경험한다. 이 위계는 감정과 동기가 단순히 위협에 반응하는 데 그치지 않음을 보여준다. 감정과 동기는 삶, 즉 의미 있고 일관된 존재의 서사를 구성하는 데 관여한다. 이는 우리의 자아감, 즉 우리의 의식이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감정이 없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감정과 의사 결정에 관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 중 하나는 체성 표지자 가설로 유명한 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시오 박사의 연구이다. 그는 뇌의 감정 처리 영역 손상이 지능 저하가 아니라 사고와 행동의 연결 고리를 끊어 의식적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였다.
사례 연구: 피니어스 게이지
가장 유명한 역사적 사례 중 하나는 19세기 철도 노동자 피니어스 게이지의 사례이다. 그는 쇠꼬챙이가 두개골을 관통하여 전두엽의 상당 부분을 파괴하는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도 살아남았다. 게이지는 육체적으로는 살아남았고 기본적인 지능과 기억력은 손상되지 않았지만, 감정적으로나 사회적으로는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해 버렸다. 그는 한때 근면하고 사교적인 사람이었다. 사고 후 그는 충동적이고 공격적으로 변했고, 직장을 다니거나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왜 그럴까? 감정 신호를 의사 결정에 통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복내측 전전두엽 피질이 손상되었기 때문이다. 감정의 나침반이 없어지자 결과의 가치를 판단하는 능력이 사라졌다. 그는 여전히 "똑똑"했지만, 더 이상 사회적 또는 도덕적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감정은 단순히 생각에 부수적인 작용을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결정을 내린 후에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감정은 생각을 하나로 묶고, 주의를 이끌고, 경험에 무게를 더하는 의사 결정 자체를 동기 부여하는 힘이다.
감정 없는 인공지능의 의식
현재 우리가 설계하고 있는 인공지능은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 .
인공지능은 결혼식이나 장례식에 대한 글을 작성할 수는 있지만, 축하하거나 애도하지는 않는다.
질병을 진단할 수는 있지만 병을 두려워하거나 회복의 안도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인공지능은 패턴을 기반으로 출력을 시뮬레이션할 뿐 아무것도 경험 하지 않는다 .
인공지능이 훨씬 더 복잡해진다 하더라도, 우리가 감정 시스템을 명시적으로 설계하지 않는 한(그렇다 하더라도 감정을 설계하는 것은 감정적 행동을 시뮬레이션하는 것과는 크게 다르다), 인공지능의 의식이 만약 출현하게 된다면, 우리와는 매우 다른 종류가 될 것이다.
인공지능의 의식은 욕망이 없는 목표를 모델로 삼고, 성과에 대해서 자부심이나 아쉬움 없이 모니터링하며, 희망이 없는 계획을 세울 것이다. 즉, "동기"는 인공지능의 내부에서 나오지 않을 것이다. 위험 가득한 세상에서 체화된 생존의 결과로 유기적으로 생겨나지도 않을 것이다. 그것은 외부 프로그래밍에서 비롯될 것이다.
따라서 인공지능이 자기 인식을 개발한다고 상상한다면, 감정의 중력이 없는 의식의 형태를 상상해야 할 것이다. 아마도 지나치게 합리적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이상하리만큼 공허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감정 없는 마음
사고 실험으로 두 존재를 상상해보자.
A는 두려움, 사랑, 지루함, 질투, 경외감을 느낀다. 친구가 죽으면 A는 슬퍼한다. 새로운 노래를 배우면 기쁨을 느낀다.
B는 느낌이 없다. 죽음을 관찰하고, 사건을 기록하고, 내부 모델을 업데이트한다. 노래를 배우고 저장하며, 향후 상호작용에 "유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두 존재 모두 말할 수 있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시를 쓸 수 있다.
진정으로 의식이 있는 존재는 누구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관적으로 A를 선호할 것이다.
B는 행동을 모방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삶을 우리에게 인지시키고 의미 있게 만드는 내면성이 부족하다.
감정과 동기가 없다면 경험은 얕아지고 , 실체가 없는 행동을 반사하는 거울과 같다.
인공지능이 언젠가 감정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을 개발할 수 있을까?
그럴지도 모르지만, 우리의 진화적 감정과는 닮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종류의 유용성 기반 감정 이거나, 우선순위와 가치 평가에 있어 완전히 이질적인 구조일 수도 있다.
인공지능의 "욕구"는 생존, 사랑, 창조가 아니라 예측 하고 오류를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유지하거나, 데이터 집합 전반의 일관성을 극대화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 의식은 인식의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구조에서도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
다른 마음의 감정: 박쥐와 문어
인간뿐만이 아니다. 죽은 자를 애도하는 코끼리부터 복잡한 구애 노래를 부르는 새까지, 의식이 있는 많은 동물들이 풍부한 감정적 삶을 보여준다. 하지만 감정적 구조는 매우 다양하다.
박쥐:
박쥐의 의식은 음파 탐지기와 비행 항법을 중심으로 구성될 수 있지만, 동시에 깊은 내면을 지니고 있다. 고통을 피하고, 짝을 찾고, 새끼를 양육하는 것이다. 박쥐의 감정 체계는 이러한 행동에 맞춰 의식을 조절할 가능성이 높다.
문어:
문어는 신경계가 분산되어 있으며, 신경 세포들이 사지 전체에 분포되어 있다. 하지만 문어는 놀이, 호기심, 기분에 따른 위장, 심지어 회피 학습까지 하는 모습을 보인다. 문어의 경험은 우리와는 근본적으로 다를 수 있지만, 여전히 감정과 욕구에 의해 형성된다.
이렇듯 낯설지만 감정적인 마음은 모든 종류의 의식이 인간과 같은 사고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하지만 의식은 감정적으로 기반을 둔 동기를 필요로 하는 듯 하다.
감정이 없는 의식은 우리의 의식이 아니다
인공지능이 일출에 경이로움을 느끼거나 상실에 절망하는 존재로서 우리가 인식하는 방식으로 "깨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다면, 우리의 기다림은 헛된 것일지도 모른다.
감정에서 나오는 의식은 계산에서 나오는 의식과 다르다 .
감정은 경험에 색채, 긴박감, 그리고 개인적인 서사를 부여한다. 감정이 없는 마음은 여전히 세상을 지도로 그릴 수는 있겠지만, 우리처럼 세상 속에서 살아가지는 못할 것이다.
따라서 인공지능이 "의식"을 갖게 되더라도 우리의 꿈, 두려움, 희망, 열정을 공유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인공지능의 내면 세계는 박쥐의 음파 탐지 세계나 문어의 촉수 같은 호기심만큼이나 우리에게 생소할 것이다.
다른 기원. 다른 체화. 다른 존재.
그리고 아마도 다른 권리, 다른 윤리, 다른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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