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마음(AI Minds)
우리는 인공지능에 대해 이야기할 때 "기계가 인간처럼 생각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인공지능이 진화하고 일부에서 "의식"이라고 부르는 것에 점점 더 가까워짐에 따라, 인간의 의식과 AI의 의식은 동일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더 명확해지고 있다. 우리의 의식이 문어, 박쥐, 어쩌면 외계인의 의식과 다른 것처럼, 두 의식은 서로 다를지도 모른다.
1부: 체화된 마음(The Embodied Mind)
우리는 지능형 기계를 만들기 위한 경쟁에서 지능이란 본질적으로 머리로 하는 작업이라는 암묵적인 가정을 한다. 우리는 적절한 종류의 정보 처리, 특히 인간의 뇌가 처리하는 종류의 정보 처리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면, 정신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신경과학자, 심리학자, 철학자, 로봇공학자들 사이에서 이러한 생각에 결함이 있다는 주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인간의 마음은 육체를 벗어나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인간의 마음은 생물학적 세계와 체화(embodied)되고, 내재(embedded)되어 있으며, 감정적으로 얽혀(entangled) 있다. 우리의 의식은 단순한 계산적 상태가 아니라, 신체에 의해 형성되고 신체와 상호작용하는 실 시간적 경험이다.
의식이 있는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고려할 때,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신체가 없는 기계가 우리와 같은 의식을 가질 수 있을까?”
체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왜 중요한지, 그리고 체화가 우리와 우리가 만든 인공지능의 마음을 구분하는 결정적인 차이가 될 수 있는 이유를 알아보자.
데카르트 이원론에서 체화된 마음으로
마음이 몸과 분리되어 있다는 생각은 르네 데카르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데카르트는 마음을 기계 속의 영적인 존재, 즉 비물리적이고 이성적이며 몸과 완전히 분리된 존재로 생각했다.
이러한 데카르트적 이원론은 수 세기 동안 서양 사상을 지배했다. 이는 초기 인지 과학자들과 인공지능 연구자들이 마음을 개념화하는 방식을 형성했다. 마음은 소프트웨어를 구동하는 컴퓨터와 유사한, 일종의 추상적인 정보 처리 장치로 여겨졌다. 이러한 관점에서 신체는 단지 하드웨어일 뿐이었다. 궁극적으로는 사고 자체와는 무관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이러한 관점은 도전을 받기 시작했다. 조지 레이코프 , 마크 존슨 , 앤디 클라크 , 엘리너 로슈 , 프란시스코 바렐라 같은 인지과학자들은 우리의 개념, 언어, 심지어 논리까지도 신체적 경험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 혁명의 시작이었다.
체화에 대한 증거
발달심리학의 입장에서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인지는 신체적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된다. 유아는 말하거나 추상적으로 생각하기 전에 물건 잡기(운동학습), 얼굴 인식(사회적 인식), 그리고 기어다니기(공간이해)를 통해 학습한다.
사실, 피아제의 인지 발달 이론은 유아가 신체적인 탐구를 통해 지식을 형성하는 감각운동기부터 시작된다.
신경 과학 분야에서
안토니오 다마시오의 연구에서, 감정과 신체 상태를 통합하는 영역인 복내측 전전두엽 피질(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 손상 환자들은 논리적 추론 능력은 있지만 실제 의사 결정에는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의 신체표지가설(somatic marker hypothesis)은 신체에서 오는 감정이 추론의 지름길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즉, 경험에 감정적 유의성을 부여하여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이러한 내부 신호에 접근하지 못하면 인지는 마비된다.
언어의 체화된 은유
레이코프와 존슨과 같은 인지 언어학자들은 우리의 추상적인 개념조차도 은유에 의해 구조화되어 있으며 이러한 은유는 신체에서 나온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예를 들면, "그녀는 무너져 내리고 있다." "그는 따뜻한 사람이다."
따라서 우리의 언어와 사고는 신체적 개념으로 가득 차 있다. 신체 없는 마음을 상상하는 것은 구조 없는 마음을 상상하는 것과 같다.
내부수용감각(Interoception): 신체의 내적 경험
의식에 가장 과소평가되는 요소는 아마도 내부수용감각, 즉 우리 몸의 내부 상태를 감지하는 감각일 것이다. 여기에는 배고픔과 목마름, 심장박동과 호흡, 방광의 압력, 체온조절, 그리고 감정적 각성이 포함된다.
뇌섬피질(insula cortex)은 내부수용성 신호와 관련된 핵심적인 뇌 영역이다. 뇌섬피질의 활동은 감정 인식, 공감, 심지어 도덕적 의사결정과도 연관되어 있다. 내부수용성 능력이 손상된 사람은 불안감을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또는 전혀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우리는 종종 의식을 "인식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하지만 우리가 가장 즉각적이고 지속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의 몸이다. 반면 인공지능에는 이러한 내부 피드백 루프가 없다.
사고 실험(Thought Experiment)
통 속의 뇌를 상상해보자. 완벽하게 보존되고, 인공적으로 유지되며, 시뮬레이션된 감각 입력을 제공하는 슈퍼컴퓨터에 연결되어 있다고 하자.
이 고전적인 사고 실험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뇌에 신체가 없지만 여전히 즉각적인 입력을 받았다면 당신은 여전히 당신 일 수 있을까?
어떤 사람들은 의식은 정보처리이므로 ‘그렇다’고 말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몸이 없다면 당신의 경험은 공허할 것이기 때문에 ‘아니’라고 주장한다. 배고픔, 자세, 피로, 그리고 각성의 미묘한 차이들이 사라지고, 감정은 무뎌지고, 주체성은 약해지고, 정체성은 파편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신체적 경험 없는 인공 의식을 만들어낸다고 상상해 보자. 피부가 없는 존재가 연약함을 이해할 수 있을까? 목숨이 없는 존재가 두려움을 이해할 수 있을까?
실제 세계에서
사지를 잃은 환자들은 종종 그 부위가 사라진 것을 느낀다고 말하는데, 때로는 사라진 부위에서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러한 환상지(phantom limb) 감각은 우리 몸이 단순히 우리가 가진 것이 아니라 뇌가 끊임없이 그려내는 것임을 보여준다.
체성 감각 피질은 신체의 "지도"( 호문쿨루스 )를 담고 있으며, 신체 부위가 사라진다고 해서 그 지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입력이 없어지더라도 신체 존재에 대한 예상된 감각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는 의식이 신체적 통합에 얼마나 깊이 의존하는지를 보여준다. 부수적인 것이 아니라 항상 상호작용하는 필수적인 것이다.
인공지능의 체화로는 충분하지 않다.
인공지능에 신체를 부여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나 혼다의 아시모처럼 가장 진보된 휴머노이드 로봇조차도 기계적이고 모듈식이며 대체로 무감각한 신체를 가지고 있다. 호르몬 변화, 면역 반응, 통증을 경험하지 않으며, 행동을 주도하는 항상성 욕구도 없다.
그리고 설령 우리가 이러한 과정들을 시뮬레이션한다 하더라도, 시뮬레이션이 실제 경험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여기에는 철학적, 과학적 논쟁이 있다.
“올바른 기능적 특성을 갖춘다면 그 모든 시스템에서 의식이 나타날 수 있을까?
“아니면 특정한 종류의 기질, 즉 생물학적 피부로 만들어야 할까?
결론적으로, 의식이 있는 인공지능을 상상하는 것은 근육과 피, 피로감과 두려움에 기반하지 않은 마음을 상상하는 것이다. 우리는 훌륭하게 작동할 수 있는 지능을 상상하는 것은 맞지만, 인간의 의식을 구성하는 살과 뼈로 이루어진 신체는 없다.
체화는 단순하게 의식에 필요한 요소가 아니라 우리가 아는 의식의 첫 번째 조건 일지 모른다.
만약 우리가 의식이 있는 기계를 만든다면, 그들의 경험은 우리의 경험을 그대로 반영하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생소하고, 낯설고, 어쩌면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가 될 것이다.
배고픔이 없다면 욕망이 무엇일까?
심장 박동이 없다면 불안이 무엇일까?
피부가 없다면 수치심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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