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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세계

독서 감상2

by Poblor(파블러) 2015.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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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훔친 소설가

 

석영중

이 책은 현재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교수이신 석영중 교수님에 의해 씌여졌다. 책 제목부터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것 같다. '문학이 공감을 주는 과학적 이유'라는 부제와 함께 단 두 줄로 책의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

 나는 이 책에서 '거울 뉴런'과 '기억과 망각'에 관한 이야기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먼저, '거울 뉴런'이란 타인의 행동을 거울처럼 반사하는 신경세포를 말한다. 이 거울뉴런은 우리가 타인이 행동하는 것을 보거나 타인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볼 때 발화한다. 또한 그 행동을 하는 상상만 해도 거울 뉴런은 발화 한다. 마치 우리 자신이 같은 행동을 하기라도 한 듯 말이다. 그것은 우리로 하여금 일종의 자동적인 내적 모방을 통해 타인의 의도를 이해하도록 하고, 그들의 감정에 우리 스스로를 조율하도록 해준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정서 시스템이 활성화된다고 상상하는 방식으로 우리 자신의 정서적 뇌 시스템을 활성화해서 타인의 마음 상태를 실제로 흉내 낼 수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 안에 있는 감정들을 통해 타인의 감정을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은 좋은 것이지만 이 거울 뉴런이 나쁜 쪽으로 반응 한다면 타인의 나쁜 행동들까지도 보고 느끼면 닮아 가는 게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니 약간 무섭기도 한다.

 '기억과 망각'은 읽으면서 제일 많이 빠져 들었던 부분이었다. 지나치게 기억력이 좋은 '솔로몬'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에게는 독서가 어려운 일이었다고 한다. 글을 읽는 속력이 떨어지고 주의가 산만해지며 한 단락에서 중요한 개념을 알아차릴 수 가 없게 되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읽고 있는 글과 관련된 기억들이 주체 없이 떠올라 글을 읽는데 집중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은 대개 '어떻게 하면 기억을 잘할까?'하고 노심초사하며 건망증을 걱정하는데 솔로몬은 그 반대였다. 이 단락의 끝에는 '망각은 생존의 조건이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이 문장은 나에게 많은 생각이 들게 했다. 기억이 생존의 조건이 아니라 망각이 생존의 조건이라니 말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생존을 위해 필요없는 기억은 자동적으로 지워버리고 꼭 필요한 기억만 저장한 채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과학과 문학이 서로 어떤 관계가 있으며 대체 어떤 점으로 둘을 엮는다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또 처음에는 약간 지루하기도 했으나 점차 빠져들어 읽었다. 이 책은 여러 가지 문학 잡품을 과학적으로 분석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문학 작품을 들려주며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뒤, 작품의 인물이 느끼는 감정, 표현 등이 인물의 뇌가 어떻게 작용해서 그런 반응이 나타나는지 설명해준다. 단순히 문학의 세계에 빠져들어 아름다운 문학을 감상하고 싶다는 독자들은 이 책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 문학과 관련된 뇌과학 정보를 조목조목 따져가며 설명 해주는 내용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뇌과학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문학 작품이 함께 들어있어 지루하지 않고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문학을 단순히 아름다운 글로만 취급하지 않고 그것을 분석하는 것이 또 다른 재미를 주기 때문이다. 문학이 과학과 어떻게 연결이 될까 했던 나의 의구심과는 달리 그런 발상을 하신 석영중 교수님이 정말 대단하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이렇게 두 가지의 학문이 함께 실려 있는 책이 복잡하며 읽기 힘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책에 더 빠져들게 해주는 구나 라고 느꼈다.

 

 

뇌에게 행복을 묻다

 

- 클레오 허튼과 루이스 R 카플란

 

이 책은 간호사 출신이자 뇌졸중 환자인 클레오 허튼과 하버드대 신경과 교수인 루이스 교수에 의해 씌여졌다. 뇌졸중을 진단 받고 나서부터 클레오가 쓴 일기와 그 일기 내용을 토대로 루이스 교수가 의료적인 설명을 덧붙이는 식으로 전개된다. 뇌졸중이 시작되기 전부터 뇌졸중의 타격, 그 당시 느꼈던 감정, 생각, 기억, 치료, 재활 등 많은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뇌졸중과 관련된설명과 그림은 물론이고 특히 환자의 입장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이 생생하게 담겨있어 이해하기 쉽다.

 어렸을 때 심장 수술을 받았던 클레오, 뇌졸중 전조 증상이 계속해서 나타났지만 젊은 나이였기에 간과하고 넘어갔던 것이 더 일을 크게 했다. 그렇게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기 시작했지만 또 다시 색전이 생겨 왼쪽 대뇌반구의 언어영역에 경색이 발생했다. 이것이야말로 정말 뼈아픈 사건이었다. 누구보다 가장 아픈사람도 가장 슬픈사람도 클레오 자신이겠지만 클레오의 일기에는 항상 자신의 아이들 걱정 뿐이었다. 그 때 당시 아이들 나이는 열 아홉, 열 다섯, 열 셋 이었지만 누구보다 어른스러웠다. 그리고 묵묵히 클레오 옆을 지켜주는 남편도 클레오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다. 환자의 보호자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환자주위에 있는 다른 환자들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알지 못한다. 다른 환자들이 미치는 심리적인 영향은 복잡하다. 대부분 '당신 혼자만 아픈 것이 아니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보통이다. 많은 경우 충고와 지원을 해주기도 한다. 결국 그들 역시 자신의 질병 문제가 있었고, 그것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다. 뇌졸중을 성공적으로 극복한 환자들은 회복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희망의 메신저가 될 수 있다. 자신보다 더 심한 병에 걸렸거나 회복이 안되는 환자와의 접촉은 어떨까? 덜 아픈 환자에게 그들이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사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그들은 서로 자신과 마찬가지로 불운을 당한 사람들이 병마에 시달리고 절망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걸 보면서 그 환자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게 되고 자신의 상황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또한 다른 환자들을 배려할 수 도 있게 된다. 그리하여 결국 10여년에 걸쳐 클레오는 뇌졸중을 극복하게 된다. 클레오가 뇌졸중을 이겨 낼 것이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을 까? 그것은 클레오 뿐 만 아니라 환자 주위에 많은 사람들의 헌신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내가 실습하고 있는 병원에도 뇌졸중 환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보면서 항상 생각했다. 환자도 힘들겠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환자에게 다 맞춰 가며 몇 년이고 몇 십년이고 지내온 보호자가 정말 대단한 것 같다고 말이다. 육체적인 피로도 많이 쌓이겠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얼마나 클까? 남이 아닌 가족이기에, 가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한 시도 떨어지지 않고 옆에서 보살피면서 격려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깝다라는 생각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아름다워 보이기도 했다. 이 책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미국의 번역서이고 환자가 심장병으로 인해 젊은 나이에 생긴 뇌졸중이라는 것과 가정에서 처한 환경, 일상생활 등이 우리나라 환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조금은 힘들 수 있을 것같다는 점이다. 하지만 앞서 얘기 했듯이 환자가 직접 쓴 일기가 담겨있기 때문에 다른 서적보다는 이해하기 쉽고 몰입이 더 잘된다는 장점이 있다.

 

 경성대학교 강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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