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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세계

독서 감상1

by Poblor(파블러) 2015.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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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뇌에 관해 풀리지 않는 의문들

김 종 성

 

이 책은 뇌에 관한 질병을 사례중심별로 써 내려가 에세이 스타일의 과학 일반상식 도서이다. 저자는 실제로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라서 만났던 환자들의 이야기들이 나오며 간간하게 읽으면서 흥미를 유발한다. 크게 늙으면 병에 걸릴까? 인간의 머리는 점점 더 좋아지고 있나? 남자와 여자의 뇌는 다른가?로 나누며 그 속에 여러가지 의문들이 있다.

 여러 의문 중에서 내가 흥미로웠던 이야기는 첫 번째로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병의 이야기로 인간의 병이란 묘해서 특정한 기관만 더욱 빨리 늙게 하는 일련의 질병들이 있다. 이상하게도 이런 병은 신경 계통에만 존재하며 이를 뭉뚱그려 신경계 퇴행성 질환이라 한다. 파킨슨병은 중뇌의 도파민 함유 세포만 선택적으로 늙어가는 병이고 소뇌만 서택적으로 늙어가는 소뇌 변성 질환이 있다. 하지만 이들보다 훨씬 더 무서운 퇴행성 질환은 루게릭병 또는 근위축성 측색경화증 이라고 한다. 이 병은 척수의 앞쪽과 옆쪽에 위치한 신경 세포가 이유 없이 자꾸만 늙어서 죽어가는 질환이다. 병이 점차 진행되어 근육의 힘이 많이 빠지면 걷지도 못하고 팔도 쓸 수 없으며 급기야는 숨을 쉴 힘조차 없어진다. 대개의 질환은 병이 중해지면 환자의 의식이 저하되지만 이 병은 죽어가는 순간까지도 의식이 아주 또렷하다. 옛날과 달리 의학이 발달해서 인공호흡장치로 숨을 쉬게 하지만 환자의 경제적 여건에 따라 인공호흡을 연결 할지 안할지 결정되어야 한다. 약 중 리루다놀이라는 약이 초기 몇 년간 증세가 나빠지는 것을 막아주긴 하지만 궁긍적으로는 환자의 운명을 바꾸지 못한다. 이 병의 횡포를 막을 방법은 당분간 없는 듯하다. 두 번째로는 외계인 손 증후군으로 뇌량이란 왼쪽과 오른쪽 뇌에서 각각 가지고 있는 정보를 빠르게 전달할 수 있도록 그 둘을 연결하는 뇌의 구조물이다. 뇌의 정상적인 활동에 뇌량은 꼭 필요한데 간질 환자의 경우 뇌의 한 부분에서 비정상적인 전기파가 발생하는 현상으로 뇌량의 기능에 문제가 일어난 것이다. 뇌졸중으로 간질환자를 보게 되면 뇌량의 앞쪽이 손상되는 경우 전뇌동맥 혈관이 막힌 경우인데 뇌량만 선택적으로 망가지는 경우는 드물고 앞쪽 전전두엽이 함께 손상된다. 이런 환자는 왼손이 주인의 말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이 환자의 좌우 뇌가 제각기 따로 놀기 때문이다. 두 손을 사용해 옷의 단추를 풀어보라 하면 왼손은 오른손을 도와주기는 커녕 오히려 방해한다. 이를 외계인 손 증후군이라고 한다.

 전에 아이스 버킷 챌린지 운동이라는 것은 찬 얼음물이 닿을 때처럼 근육이 수축되는 루게릭병의 고통을 잠시나마 함께 느껴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기부 릴레이로 그때 나는 환자들이 느끼는 고통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가장 잔인한 병인 것을 알게 되었고 아이스 버킷 챌린지 운동이 힘들게 싸우고 있는 환자들에 작지만 힘을 주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는 것이 힘이다.'이런 김종성 선생님의 책과 같은 흥미로운 서적을 자주 접해야 할 것 같다.

 

 

브레인 스토리

수전 그란필드

 

이 책은 영국 BBC 2의 과학 다큐멘터리 시리즈 '브레인 스토리'를 책으로 만든 것이다. 뇌의 기능적 부분에만 관심을 둔 기존의 뇌 관련 책들과 달리 감정과 마음의 실체 파악이라는 일관된 주제의식을 향해 달려간다. 이 주제의식을 나타내기 위해 부제도 '뇌는 어떻게 감정과 의식을 만들어낼까?'로 달았다. 뇌신경학자, 뇌생리학자 등과 임상실험 대상을 관찰하고 철학자와 심리학자의 견해를 빌려 뇌와 마음의 연결고리를 규명하고 있다. 영국 BBC가 2000년 방영해 세계적인 호평을 받은 동일 제목의 다큐멘터리와 같이 만들어졌으며, 국내에서도 2002년 EBS에서 전파를 탄 적이 있다. 기억은 어디에 저장될까? 우리의 뇌는 기질의 산물인가? 환경의 산물인가? 생각하는 로봇을 과연 만들 수 있을까? 의식은 뇌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이런 의문들은 뇌에 관한 부분적 접근만으로 풀릴 수 없는 수수께끼이다. 특정 화학물질의 방출이나 특정 뇌 영역의 활성화 같은 부분적 뇌 현상을 뛰어넘어 전체로서 뇌가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연구해야 한다.

 뇌는 우리 삶의 모든 것이다. 기억을 담는 것은 물론이고 세상을 보고, 감정을 느끼고, 말을 하는 삶의 전 부분을 관장한다. 보는 것만 해도 눈이 아니라 뇌가 본다. 우리의 시각 체험이 눈에서 입력되는 정보와 경험의 합성물이기 때문이다. 망막의 입력 정보가 완전 차단된 상태에서도 우리는 특정한 그림을 머릿속에서 그린다. 가느다란 끈을 뱀으로 잘못 보고, 하늘의 뭉게구름을 보고 곰의 형상을 그리는 것들은 우리가 눈이 아닌 머리로 사물을 보는 것을 잘 설명해 준다. 뇌는 1천억 개의 '뉴런'과 1조 개에 이르는 '신경교 세포'로 이루어져 있으며 우리가 보고, 느끼고, 움직이고, 기억하고, 생각하는 등의 모든 일이 뉴런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신경교 세포는 뉴런 주위의 화학적 환경을 유지시켜주고, 손상된 뉴런을 복구시켜준다. 뉴런들은 '시냅스'라는 특별한 구조를 통해서 다른 뉴런들과 정말 복잡한 네트워크를 구성함으로써 정보처리를 전담하는 거대한 하드웨어를 이룬다. 그리고 아세틸콜린, 도파민, 노라드레날린, 세로토닌, 펩티드, 일산화질소 등의 다양한 '신경전달물질'들이 시냅스를 통해서 필요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함으로써 우리를 살아 움직이게 해준다. '뇌는 하나의 강력한 컴퓨터가 아니라 서로 다른 역할의 영역들이 만들어내는 네트워크'라고 설명한다. 가련 1만개의 전구가 가로 세로로 100개씩 짜임새 있게 놓여 있다고 상상하면 이들 중 한 전구만 켜져 있을 때도 있을 것이고, 가운데 전구가 켜지기도 하고, 모두 켜져 주위를 환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각기 다른 전구가 켜지는 것 처럼 인간의 뇌에 존재하는 수십억개의 뉴런은 끊임없이 활동하면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다른 배열을 이뤄 지속적으로 바뀌는 만화경을 보여준다. 결국 의식과 감정이라는 것은 특정 감각의 작용이 아니라, 각 뇌 세포들이 서로 긴밀하게 역할을 주고 받으며 만들어 내는 협연이며 고도의 정신작용이라는 결론 도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복잡미묘한 뇌의 비밀도 곧 풀릴 것이라는 섣부른 기대에 부푼 때도 있었다. 과학계에서는 1990년대를 '뇌의 10년'이라고 불렀었다. 당시에는 우리 인체 가운데 가장 매혹적인 신비에 싸인 뇌의 비밀도 결국 10년 안에 밝혀질 것이라는 기대가 팽배했었다.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우리는 이제 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생리학적, 화학적 과정들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 과정들이 우리의 삶을 이루는 복잡한 사고, 감정, 능력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밝혀내는 것을 어려운 숙제로 남아있는 것 같다.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서 우리의 뇌에 대한 연구도 발전했지만 아지까지도 부족한게 사실이다. 읽으면서 느낀 것은 지금보다 더 과학이 발전하게 되면 뇌에 대해서 완벽하게 알고 이해하는 날이 올까? 그런 날이 온다면 여러 신경계쪽 병, 지금의 의학으로는 고칠 수 없는 병들도 치료가 가능해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뇌에 관한 기초 자료로서 공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뇌에 관해 한 걸음 가까워진 것 같다. 앞으로 뇌에 더욱 많은 공부와 관심을 가져야겠다.

 

 경성대학교 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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